런베어 프리시드 투자 유치 이야기

Sungwon Lee
4 min readJul 27, 2023

런베어 프리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

축하 겸 자랑은 이 한 줄로 끝내고, 이 글에서는 투자 기간 동안 힘들었던 부분과 배운점 그리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보고자 한다.

읏차

투자는 왜 받을까

일반적인 얘기 말고 우리 얘기를 해보자. 런베어를 창업하면서 정했던 원칙 중 하나는 린(Lean)이었다. 채용은 필요한 시점에 꼭 필요한 인재를 모시고, 투자는 목적이 분명한 투자만 유치하자. 생존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투자를 받자. (물론 생존도 성장의 필요 조건이지만, 디테일은 넘어가자.)

그동안 헛살지는 않았는지, 감사하게도 런베어 창업 이후 투자에 관심을 보여주신 소중한 인연들이 많았다. 무슨 사업을 할지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여주신 관심인지라 더욱 고마운 제안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고마운 제안 덕분에 투자를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되었다. 우리를 믿어준 사람들의 소중한 돈을 생각없이 받을 수는 없지 않은가.

좀 더 구체적으로 세운 투자 원칙:

  • 미국 시장 진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투자를 유치한다.
  • 기업 가치 평가가 아니라 목표 달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원래 원칙은 말이 쉽고 실천이 어렵다.

흔들림

2023년 올해부터 딥테크 TIPS라는 새로운 TIPS가 생겼다. 일반 TIPS가 5억원 지원인데 반해 딥테크 TIPS는 15억원을 지원한다. 주변에 딥테크 TIPS에 선정된 스타트업이 생겼다. 일반 TIPS를 받으면 딥테크 TIPS 지원을 못한다. 올해 딥테크 TIPS는 7월에 지원 마감이다. 이런 정보를 갑작스레 얻게 되면 자연스레 FOMO(Fear Of Missing Out)가 생긴다.

내가 충분히 부지런하지 못해서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5월 말에는 Liam(a.k.a 황호성, 공동 창업자, 아마추어 댄서)의 결혼식이 있었고, 그의 신혼 여행에 맞춰 내 여름 휴가도 미리 다녀오기로 했었다. 투자는 그 이후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진행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더 많은 정보 덕에 오히려 마음이 급해졌다.

결론적으로 딥테크 TIPS 지원은 하지 못했다. 행정적으로 너무 촉박했던 문제 가장 컸지만, 지원을 준비하느라 제품에 집중하지 못했던 반성도 크게 한 몫 했다.

감정의 소용돌이

VC 사람들을 처음 만나면 보통 기분이 좋아진다. 좋은 얘기들을 많이 해주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왜 굳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 얻을게 뭐 있겠다고 안 좋은 피드백을 주겠나.

두세 번 만나면서 얘기가 깊어지면 어려운 질문과 도전이 들어온다. 생각은 원래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질문이 들어와서 두서없이 말을 지어내고 있을 때면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워진다. 얘기가 잘 된 미팅에서는 마냥 탄탄대로로 성공할 것 같다가도, 어버버버 한 미팅을 하고 나면 ‘좋은 질문을 얻었다'는 이성적인 생각과 달리 감정은 바닥으로 치닫는다.

이런 감정의 급격한 변화는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제품과 고객에 집중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냥 잘 될 것 같을 때는 해오던 일을 마냥 생각 없이 하게 되고, 안 될 것 같을 때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멘탈은 자꾸 도망다니는 녀석이라서 잘 잡아야한다.

가장 어려웠던 일

사업 계획을 구성하는 일도, IR을 준비하는 일도, 제품을 만들면서 투자를 준비하는 일도, 투자를 거절 받는 일도 모두 어렵다. 하지만 가장 어려웠던 일은 오히려 결정이었다. 만나본 모든 사람은 다 너무 똑똑하고 훌륭한 분이었고, 만나본 모든 기관은 모두 각자의 강점을 뚜렷하게 가진 너무 너무 좋은 조직이었다.

모두에게 투자를 받아서 모두에게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기에, 혹 우리가 모두에게 받고 싶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시 원칙으로

결국 결정과 실행, 책임은 창업자의 몫이다. 투자자가 선의로 도움과 지원을 줄 수 있지만, 이를 끈질기게 요청하고 활용하는 것은 창업자의 책임이다. 결국은 우리 몫이니 우리가 세운 원칙에 집중하기로 했다.

정말 너무 감사하게도 런베어의 프리 시드 투자를 무사히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흔히 하는 말이지만, 이제 진짜 시작이다. 어깨는 좀 더 무거워졌지만 다리가 더욱 튼튼해졌으니 달려나가보자.

ps. 여기까지 읽어준 분들에게 죄송하지만 누구에게 얼마를 투자 받았는지는 이 글에 담지 않겠다.

pps. 투자를 잘 받기 위한 훌륭한 분들의 좋은 조언은 인터넷에 너무 너무 많아서 굳이 내가 숟가락 하나 더 얹을 자리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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