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맞이 Airbnb 프로젝트

Sungwon Lee
5 min readOct 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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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DR 부모님 집에 남는 옥탑방을 디자인해서 에어비앤비(Airbnb)에 내놨습니다.

인테리어 완료 후 화장대

저는 부모님과 친하고 사이가 좋지만, 명절 만큼은 효자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일은 안하고 놀고 먹기 때문은 아니고 — 일단 내려가면 일은 잘 합니다 — , 명절에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 자체가 길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날 내려가서 당일에 올라오는 식으로 일정을 잡아요. 항상 일은 밀리기 마련이고, 명절 연휴는 이런 일들을 처리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이렇게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어쩌면, 어쩌면 사실은 고향 집에 내려갔을 때 심심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고향 친구도 없고 형제도 없어서 사촌들이 오기 전까지는 같이 놀 사람도 없으니까요. (결혼 뒤에는 아내와 잘 놀긴 합니다.)

그러던 차에 이번 추석 연휴에는 무언가 좀 더 재밌는 일을 해보자고 아내와 얘기를 나눴습니다. 우리는 인테리어에 관심도 있고 에어비앤비 운영 경험도 있는데, 부모님 집에 남는 방 인테리어를 다시 해서 에어비앤비 돌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께 소소한 일거리와 수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재밌어 보였습니다. 아내의 추진력이 워낙 좋아서, 추석 전 주말에 내린 결정이었지만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천 고향집 외관

저희 부모님 댁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아버지께서 워낙 통기타를 좋아하셔서 은퇴 후 통기타 공방을 운영하고 계세요. 더불어 기타 강습과 이여통(이천을 중심으로 여럿이 활동하는 통기타 클럽) 회장을 맡고 계시구요. 기타집으로 불리는 이 집을 디자인하고 운영하고 계시죠.

인테리어 바꾸기 전 주방

하지만 재밌고 멋진 외관에 비해서 내부 인테리어는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기에는 한참 미달인 상황이었습니다. 비어 있는 옥탑방이어서 더욱 그랬겠지만, 조명이나 가구들이 오래되고 예쁘지 않았습니다. 이 상태로라면 예약이 들어오길 기대하기는 어려웠죠.

잡은 예산은 50만원. 최소한의 비용으로 준비를 하고 최대한 당근마켓을 이용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이패드로 간략하게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필요한 물품을 나열해서 이케아를 방문했습니다.

최초 디자인. 저희는 알아봅니다.

이케아에서 구매한 아이템들만 이미 55만원 정도가 나왔습니다. 당근마켓에서 구매하기로 한 의자와 테이블 비용을 생각하면 예산을 한참 오버하겠구나 싶었습니다. 당근마켓 구매 물품까지 총 65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공사중
공사중

하나씩 물건을 채워 넣어 가는데, 이게 끝이 나려나 싶더라구요. 그래도 부모님과 함께 물건을 정리하고 하나 둘 씩 채워나가다 보니 무척 즐거웠습니다. 부모님도 즐거우셨는지 물어봐야겠네요.

밤 12시가 되어서야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매트리스 만으로 구성된 침실
옷장 대신 옷걸이
아담한 화장대
주방은 막자

못 보던 장농 하나가 있어서 처치 곤란이었는데, 주방과 거실 사이에 두니 아주 좋은 칸막이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 불필요한 물건들은 당근마켓으로 팔았으니, 예산을 조금 더 아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추석 연휴가 막 끝난 어제 집으로 돌아와 에어비앤비에 등록을 완료 했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주변 시세보다 좀 저렴하게 올려 놓긴 했습니다만, 오늘 바로 1박 예약이 들어와서 즐거운 마음에 포스팅 하고 있습니다. (숙소 제목이 상당히 민망하지만, 업계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하여 골랐습니다.)

첫 예약에 부모님도 설레하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다음 명절에는 또 어떤 프로젝트를 해볼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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